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질환·치료

‘사마귀’라는 병명이 주는 가벼움이 있다. 그러다 보니 사마귀를 ‘사마귀’가 뜯어먹게 하면 낫는다는 것부터 사마귀를 만지면 사마귀가 생긴다는 말까지 속설이 무성하다.

사마귀를 닮았다 해서 이름 붙여진 ‘우초’라는 꽃도 곤충인 사마귀를 닮아서 사용한다고 하나 한자 우(肬)가 곤충을 일컫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질환을 치료하는데 원인이 중요할 뿐 이름의 경중을 따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바이러스 감염성질환의 전염과 확산이라는 예방의학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사마귀라는 이름이 갖는 중요성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남성과 물음표들남성과 물음표들

사마귀의 종류는 형태적 분류와 발생부위에 따른 분류가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다. 손가락, 발가락, 발바닥 사마귀와 같은 발생부위별 명칭이 있고 편평사마귀, 심상성사마귀, 사상사마귀 같은 형태와 조직의 특징에 따라 명칭하기도 한다.

게다가 항문이나 성기 주변에 생기는 주로 성접촉을 매개로하는 사마귀를 곤지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모두 원인은 HPV(인유두종바이러스)이다. 특이한 것은 곤지름과 달리 손바닥사마귀, 발가락 사마귀 같은 이름이 붙었을 때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병의 전염성이나 바이러스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한다.

면역생물학적인 관점에서 기생생명체인 바이러스는 숙주의 건강을 해치지 않아야 오래 생존하고 세대를 반복하여 유전정보를 물려줄 수 있다. 하지만 숙주의 입장에서는 아무런 이득이 없는 이런 불로소득자인 바이러스를 방치할 이유가 없다.

적극적으로 파괴하고 전염과 전파를 막고자 진화해야 하는 것이 생명의 이치임에도 그런 숙주로서의 인간이 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을 느끼기 어려운 용어로 ‘사막귀’를 사용한다는 것은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곤충의 이름과 혼용하면서 사마귀는 별것 아닌 질환, 그냥 놔두면 없어지는 질환으로 인식하게 되고 바이러스에 대한 적극적인 방어 전략을 숙주가 스스로 구사하지 않도록 방해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좀 더 넘겨 짚어보면 바이러스가 인간의 뇌에 착시라도 일으키는 것일까?

반대로 곤지름이나, 자궁경부이형성증은 똑같은 HPV 감염질환임에도 경각심이 대단하다. 부정적인 인식과 성병이라는 굴레로 인해 의학적으로 심각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심리적으로 엄청난 문제를 일으킨다.

그러다 보니 기현상도 속출한다. 곤지름은 당장 무언가 하지 않으면 큰일 나는 질병으로 소개되는데 편평사마귀나 족저사마귀는 하찮게 회자되기도 한다.

HPV감염질환인 사마귀는 어쨌거나 전염성 질환이다. 그래서 사마귀 치료법으로 조직을 떼어내도 계속 재발한다.

사마귀 치료법중 하나인 면역치료는 이런 재발이라는 관점에서 중요한 사마귀 치료법이며 항원으로서의 바이러스와 감염된 세포를 스스로 파괴하고 소멸시키는데 중점을 두게 된다. HPV는 이미 오래전부터 노출되어 적응면역계에 인식된 바이러스로 환자들이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성을 갖지 못하는 것은 후천적으로 면역계에 중요한 하자가 존재 한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면역치료는 이런 면에서 1차원적인 치료가 아니며 단순히 떼어내고 보자는 식의 치료도 아니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이경엽 원장 (한의사)>

  • 공유하기

    주소 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ctrl + v 를 눌러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하세요.

    확인
    닫기
이경엽 노들담한의원 한의사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