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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최근 국내에 중동호흡기증후군으로 확진된 환자가 처음 발생하여 매스컴에 크게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먼 나라 일이라고 생각되었던 다른 국가에서 발생하는 전염성 질병들도 이제는 항공기, 선박 등 교통수단의 발달로 인하여 더 이상 남의 일인 듯 여길 수 없게 됐습니다. 물론 현 시점에서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이러한 질환(중동호흡기 증후군)에 이환될 확률은 거의 없으며, 중동을 갔다 왔다고 해서 무조건 이 질환에 걸리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는 관점에서 본 칼럼에서는 중동호흡기 증후군에 대해서 차근차근 알아보도록 합시다.

◆ 중동호흡기증후군이 뭔가요?

중동호흡기증후군을 영어명칭을 그대로 번역한 것으로 다시 바꾸어 영어 그대로 표기하자면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입니다. 따라서 흔히 약자로 MERS(메르스)라고도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중동호흡기증후군은 2012년 사우디의 한 남성에게서 처음 발생하였으며, 그동안 20여개의 나라에서 대략 700명 정도의 환자가 발생, 그중 약 300명 정도가 사망했습니다.

주로 발생한 환자들이 중동의 국가들(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레이트, 카타르, 오만, 요르만, 쿠웨이트, 레바논 등)에서 발생하였기에 MERS라는 명칭을 얻게 됐습니다. 물론 중동 지역뿐만 아니라 여행객들에 의해 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는 이미 유럽(영국, 이탈리아, 그리스,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등), 말레이시아, 필리핀, 이집트, 미국 등에도 발생하였는데, 최근에는 매스컴 보도처럼 국내에서도 바레인에서 돌아온 60대 남성에게서 처음으로 중동호흡기증후군으로 확진된 환자가 발생하게 됐습니다.

마스크를 쓴 어르신마스크를 쓴 어르신

◆ 중동호흡기증후군을 어떻게 발생하나요?

우리 신체에 이상을 일으키는 질환은 그 발생원인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할 수 있습니다. 그 중 중동호흡기증후군은 소위 ‘전염병’이라고 말하는 감염성 질환입니다. (암이나 당뇨,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은 그 질환자가 내 곁에 있다고 해서 내가 당뇨에 전염되거나 고혈압에 전염되지는 않죠. 이해가시죠?) 이 중 감염성 질환은 세균, 바이러스, 진균 등 다양한 원인 병소가 있는데 중동호흡기증후군은 바이러스에 의해서 이환되므로 조금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바이러스성 감염질환’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어떠한 바이러스가 중동호흡기증후군를 일으킬까요? 이러한 MERS는 변종 코로나바이러스(Variant Corona Virus)에 의해서 유발됩니다.

△ 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보고 국가, 2015년 2월 5일 기준 (출처: WHO 세계보건기구)

△ 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 인간 감염 보고 그래프, 푸른색은 감염환자수, 하늘색은 사망환자수, 2015년 2월 5일 기준 (출처: WHO 세계보건기구)

◆ 코로나바이러스가 뭔가요? 그리고 왜 자꾸 매스컴에서는 SARS와 비교를 하죠?

코로나바이러스는 이번에 처음 발견된 바이러스가 아닙니다. 이미 이전부터 흔하게 있었던 바이러스로 감기의 대표적인 원인 바이러스 중 하나로 일반적으로는 경미한 호흡기 감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입니다. 다만, 중동호흡기증후군의 경우 이러한 코로나바이러스가 변종을 일으켜서 생명에도 영향을 끼칠 정도로 독성이 강화되었다고 생각하시면 이해하기에 수월하실 겁니다.

이러한 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이전(20세기 초)에 주로 중국지역에서 발병했던 SARS(중증 급성호흡기 증후군)와 비교되는 것은 SARS 역시 변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해서 발생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SARS와 MERS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같은 코로나바이러스에서 유래된 것은 맞으나 변이가 다르게 일어났기에 같은 바이러스에 의한 질환은 아닙니다.

◆ 중동호흡기증후군은 어떻게 감염되나요?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중동호흡기증후군은 아직 이 질환이 발견된 지 오래되지 않았기에 아직 100%로 다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역학연구로 추정해볼 때 대부분 낙타와의 접촉으로 전파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물론 드물게 사람과 사람간의 근접 접촉으로 발생되는 경우도 보고되고 있으나, 이는 대부분 병원 중환자실 환자, 또는 투석 중인 환자 등 면역이 극도로 저하된 경우에만 발생하며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사람에게서는 사람 대 사람의 직접 전파는 드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또한 다행인 점은 공기 중으로의 전파는 아직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현재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은 ‘MERS는 SARS보다는 독성이 강하지만 대신 전파력은 극도로 낮기에 전세계적(pandemic)으로 전파될 가능성은 현시점에서는 극히 미미(very low)하다’고 결론짓고 있는 상태입니다.

현재 개발된 백신은 없고, SARS와는 달리 아직 개발 중인 사람에게 접종할 수 있는 백신도 없는 상태이므로 현시점에서 가장 좋은 예방책은 관련 국가(중동)으로의 여행을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최선이며, 혹여 여행을 가더라도 가축(특히 낙타)과의 접촉을 삼가는 것이 최선으로 생각됩니다.

◆ 그렇다면 만약 중동호흡기증후군에 걸린다면 치료방법은 어떻게 되나요? 그리고 내가 중동호흡기질환에 걸렸는지 어떻게 아나요? 저도 열이 나는데 혹시 중동호흡기질환에 이환된 건 아닌가요?

일단 현시점에서 단언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사실은 “최근에 중동여행을 다녀온 적이 없는 사람에게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이 걸릴 확률은 제로(0)다”라는 것입니다. 또한 감기, 폐렴, 결핵 등 다양한 질환에서 발열이 있을 수 있는데 열이 난다고 해서 모두 이 질환을 의심해서 걱정에 사로잡히는 것 역시 바른 태도라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만약 최근에 중동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호흡기 증상(기침, 가래, 호흡곤란 등)과 동반되어 발열이 있다면 가까운 병의원을 내원하여 진찰을 받아보시길 권해드립니다.

현재 사람에게 사용할 수 있는 중동호흡기증후군에 특화된 항바이러스제와 백신은 전무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MERS처럼 열성 바이러스 질환의 경우 체내에서 바이러스가 무력화 또는 소실될 때까지 현 상황에 맞춘 적절한 수액요법과 대증치료는 현재 시점에서도 가능하며, 경우에 따라서 혈액투석 요법 (신부전에 빠진 경우)등을 시행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노파심에서 다시 한 번 강조를 하자면 현시점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에 이환될 확률은 항공기 사고가 일어날 확률보다 높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관련 질환에 대해서 상식을 쌓는 정도의 관점에서 가볍게 이 글을 읽으시고, 최근 갑자기 열이 난다고 해서 중동호흡기증후군 같은 심각한 질환을 의심하여 과도한 걱정에 빠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글 = SH병원 이승화 원장/하이닥 명예기자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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