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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최근 국내 에너지 음료 판매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지난 2007년 턴온을 시작으로, 2010년 핫식스가 출시되고 2011년 레드불이 수입되면서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하더니 번인텐스, 파워텐, 에너젠 등 20여 개의 다양한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 결과 지난 2010년 46억 원에 불과했던 에너지음료 시장은 2011년 124억 원으로 증가했고, 2012년에는 7월 기준 390억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700% 이상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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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중고등학생들의 시험기간에는 매출이 10배 이상으로 급상승한다고 한다. 에너지 음료가 잠을 쫓는 데 효과가 있고 피로회복에도 도움이 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시험을 앞둔 청소년과 대학생들과 야근이 잦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수요가 급격하게 늘고 있는 것이다.

당장 11월 8일 수학능력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으며, 심지어는 에너지 음료와 박카스 등의 자양강장제, 비타민C, 이온음료 등을 섞어 마시기도 한다. 일명 ‘붕붕 드링크’, ‘붕붕 주스’로 불리는 이 음료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서울대 주스’로 불리며 제조법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고카페인 음료를 과다하게 마실 경우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 음료에는 일반적으로 각성효과가 있는 카페인, 구연산, 타우린, 과라나 등이 포함돼 있다. 말린 오징어, 문어 등 어패류 표면에 붙은 흰 가루가 타우린인데, 세포 내에 수분을 공급하고 단백질 합성을 촉진해 피로회복에 도움을 준다.

구연산 역시 몸의 산화를 중화시켜 피로회복에 도움을 주고, 해로운 성분을 몸 밖으로 배출해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물성 천연 카페인’이란 이름으로 성분표에 게재된 과라나는 아마존 정글에서 자라는 식물 열매다.

이처럼 에너지 음료는 피로회복에 좋은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문제는 카페인의 함량이다. 원래 카페인은 대뇌피질의 감각중추를 흥분시키는 작용을 한다. 또 신진대사를 자극해 피로를 줄이고 정신을 각성시켜 일시적으로 졸음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야간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일시적으로 정신을 맑게 하고 기억력․판단력․지구력을 높여 주는 것이다.

하지만 카페인을 과다하게 섭취하면 도리어 짜증, 불안, 신경과민, 불면, 두통 등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는 성인보다 부작용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

카페인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할 경우 칼슘 공급에 문제가 일어나는데, 이 경우 뼈의 성장이 지체되고 성인이 된 후 골다공증을 앓을 수도 있다. 심하면 위통, 현기증, 식욕 감퇴뿐만 아니라 심장발작까지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식약청에서는 카페인 권장 섭취량을 하루에 성인 400mg, 임신부 300mg, 어린이는 몸무게 1kg당 2.5mg 이하로 제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런데 에너지 음료에는 다량의 카페인이 포함돼 있다. 박카스 1병(100mL)당 30mg의 무수카페인이 들어있고, 핫식스와 레드불에는 각각 한 캔당 80mg, 62.5mg의 카페인이 첨가돼 있다.

문제는 에너지 음료 이외에도 하루에 섭취하는 카페인양이 적지 않다는 데 있다. 우리가 즐겨 마시는 캔커피(74mg), 커피믹스(69mg), 콜라(23mg), 녹차(15mg, 티백 1개 기준) 등에 적지 않은 카페인이 들어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에너지 음료를 마시고, 심지어 이들을 섞은 붕붕 드링크까지 마신다면 그야말로 몸에 카페인 폭탄을 투하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음료를 즐겨 찾는 사람들은 고카페인 음료의 부작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카페인을 다량 함유한 에너지 음료를 마신 뒤 신체 이상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시드니 의대와 뉴사우스 웨일스 독극물정보센터 연구진은 2012년 1월 호주 의학저널에서 에너지 음료로 인한 부작용 사례가 2004년 12건에서 2010년 65건으로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이 기간동안 부작용으로 도움을 요청한 경우는 총 297건에 달했는데, 이 가운데 최소 128명이 심장 두근거림, 불안, 소화불량 등의 증세로 입원했다. 입원 환자 20명은 발작, 환각 등의 증상도 보였다.

프랑스에서는 아일랜드 출신 운동선수가 에너지 음료 레드불을 과다섭취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판매허가가 나지 않은 사례가 있다. 또 2011년 12월 미국에서는 14세 학생이 480㎎의 카페인이 들어 있는 ‘몬스터 에너지’라는 제품 2캔을 마신 뒤 심장 부정맥으로 사망하는 등 에너지 음료와 관련 있어 보이는 사망 사례가 5건이나 신고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건강한 성인의 경우 하루에 400㎎ 정도의 카페인을 소화할 수 있지만, 청소년이나 심장과 관련된 질병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400㎎도 치명적인 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잠을 쫓기 위해 에너지 드링크 등 카페인을 많이 함유한 음료를 지나치게 많이 마시면 각성상태는 유지되지만, 오히려 집중력이 떨어져 공부에 방해를 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치명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글 = 유상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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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현 의학전문기자 (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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