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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매일 아침이면 가족들끼리 “안녕히 주무셨어요?”라는 인사를 건네지만, 인사는 인사일 뿐 밤사이 서로의 수면 상태는 어땠는지 파악하기란 쉽지가 않다. 그러나 어린 자녀부터 나이가 드신 부모님까지 세대별로 수면을 방해하는 요인은 다양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밤마다 말 못 할 고통에 뒤척이고 있는 가족은 없는지 세심하게 살펴보는 게 필요하다. 가정의 의미를 되새기는 5월, 소홀히 하기 쉬운 가족들의 수면 건강 점검사항을 정리해 봤다.

◆ 성장기, 충분한 수면이 필요한 ‘자녀’

책상에 앉아 조는 학생들책상에 앉아 조는 학생들

성장기는 그 어느 때보다 양질의 수면이 필요한 때이다.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성장호르몬은 수면 중에 약 70%가 분비되는데 얕은 잠이 아닌 깊은 숙면 상태가 돼야 활발하게 분비된다.

성장기 자녀의 잠을 방해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다. 잠들기를 거부하고 늦게까지 깨어있기를 원하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꿈과 현실을 잘 구분하지 못해 자다가 깨서 울거나 공황상태를 보이는 ‘야경증’으로 수면을 방해받기도 한다. 청소년들의 경우 학업과 인터넷 사용으로 잠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수면부족은 성장은 물론 학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과잉 행동 장애나 우울증을 초래하는 등 정신적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부모의 적절한 지도가 필요하다.

아이들의 숙면을 위해서는 성장판 자극에 도움이 되는 줄넘기나 유산소 운동을 한 후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면 잠이 드는데 도움이 된다. 잠들기 한 시간 전에는 TV 시청이나 컴퓨터 등 뇌를 각성시키는 활동은 제한하고 수면환경은 어둡게 조성해주는 게 좋다.

◆ 스트레스성 불면증에 시달리는 ‘가장’

직장인들은 매일같이 반복되는 스트레스로 스트레스성 불면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힘든 업무를 마치고 매일 밤 피로에 지친 상태로 잠을 청해보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 업무에 대한 걱정 때문에 쉽사리 잠이 들지 못하는데, 스트레스는 교감신경을 자극해 신체를 흥분상태로 만들어 숙면을 방해하기 때문에 불면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은 직장에서 보내는 낮의 습관부터 돌아볼 필요도 있다. 근무 중 수시로 마시는 커피, 퇴근 후의 잦은 음주 등은 모두 숙면을 방해하는 행동이므로 피해야 한다. 수면 부족으로 업무 집중도가 떨어진다면 점심시간을 이용해 15분 정도 낮잠을 자면 피로회복에 도움이 된다. 불면증의 원인이 되는 스트레스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하는데 퇴근 후나 휴일에는 등산, 낚시 등 취미생활이나 가벼운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잠시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중요하다.

◆ 임신과 출산으로 불면증 겪는 ‘아내’

먼 곳을 바라보며 앉아 있는 아내먼 곳을 바라보며 앉아 있는 아내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신체에 일어나는 가장 큰 변화 중 하나이다. 임신 초기에는 호르몬의 변화와 태아를 위해 필요한 에너지가 늘면서 잠이 늘어나지만, 임신 후반기로 갈수록 태아의 무게 때문에 편한 자세로 잠을 자기 어려워 자꾸 뒤척이게 되고 방광이 눌려 화장실에 가는 횟수가 늘면서 불면증을 호소하게 된다. 출산에 대한 두려움, 육아에 대한 부담감도 쉽사리 잠을 청하지 못하는 원인이 된다. 출산 이후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데, 아직 수면리듬이 일정치 않은 영아를 돌보다 보니 엄마의 수면리듬도 덩달아 깨지게 되고 늘 긴장 속에서 잠을 설치는 상황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종일 아이에게 메어 있느라 고립되는 기분이 들고 산후우울증이 찾아오기도 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선 임신과 출산의 과정이 힘든 시기가 아닌 축복과 기쁨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가족들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 육아에 대한 역할분담을 통해 엄마도 휴식을 취하고 마음 편히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 질환이나 우울증이 없는지 관찰이 필요한 ‘부모님’

통계로는 불면증 환자 10명 가운데 6명 이상이 50대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여성의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는데 여성은 갱년기를 겪으며 안면홍조, 발한, 가슴 두근거림, 불안감, 우울증 등 신체적, 감정적 변화를 겪게 되고 이와 함께 불면증이 동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화가 진행되면서 수면의 질은 더욱 떨어지게 된다. 이는 우리 몸속 생체 시계에도 노화가 일어나고 깊은 잠을 자는 주기가 짧아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잠귀가 밝아지고 꿈도 많이 꾼다. 퇴행성관절염이나 전립선비대증, 파킨슨병 같은 신체 질환 때문에 잠을 방해받기도 한다.

불면증 예방을 위해선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위해 낮의 규칙적인 활동으로 햇볕을 쐬고 가벼운 운동이나 취미생활을 통해 기분전환을 하는 것도 도움된다. 무엇보다 가족들이 세심한 관심을 통해 불면증의 원인이 되는 질환을 적극적으로 치료하도록 하고 불면증과 동반되기 쉬운 우울증은 없는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불면증은 내 몸의 균형이 깨졌을 때 언제든 나타날 수 있는 질환으로 나이나 성별을 가리지 않고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불면증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부정적인 시선이 두려워 치료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아서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한 질환이다. 만일 만성 불면증으로 굳어질 경우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게 되고 치료도 어려워진다. 불면증은 그 원인이 다양하고 변수가 많으므로 무턱대고 수면제에 의존하기보다는 전신의 균형을 찾고 건강한 몸을 만드는 데 치료의 중점을 두는 것이 좋다.

<글 = 자미원한의원 허정원 원장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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