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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몇 년 전에 필자의 진료실에 60대 중반의 할머니가 고혈압 때문에 처음 내원해 혈압약 처방과 질병 설명을 해 드린 적이 있다. 할머니는 바깥분 되시는 할아버님도 1년 전쯤 필자의 병원에 내원해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그 당시 할아버지께 혈압이 높아 뇌경색이나 심근경색과 같은 합병증을 예방하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약을 드셔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지만, 할아버지는 늙은이한테 못하는 소리가 없다고 화를 내고 가셨다고 한다. 사실 그런 환자들이 많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할아버님은 그해 가을에 갑작스럽게 쓰러져서 뇌경색 진단을 받으시고 지금은 좌측 마비로 휠체어 생활을 하고 계신다고 했다.

실제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설명을 할 때 체력적인 소모를 제일 많이 느낄 때가 바로 만성질환에 한 설명할 때이다. 이유는 환자는 약을 먹기 싫어하기 때문이다. 사실 의사는 환자가 약을 먹기 싫다고 하면 처방하지 않으면 된다. 감기약처럼 먹으면 좋고 안 먹으면 며칠 더 고생하는 정도의 질병이면 크게 상관이 없지만,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만성 질환은 얘기가 좀 달라진다.

◆ 고혈압?! 약을 반드시 먹어야 하나요?

약을 먹는 중년 남성약을 먹는 중년 남성

최근 건강검진이 활성화되면서 고혈압이나 당뇨를 진단하는 연령대가 30대로 조금 젊어졌다. 물론 필자 주변의 의사 중에는 고등학교 2학년 때 고혈압을 진단받고 20년 넘게 약을 먹고 있는 후배도 있다. 이렇게 이른 나이에 고혈압이 생기기도 하나 싶지만, 고혈압이라고 하는 질병이 원래 이렇다. 언제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수시로 확인해 보는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만성 질환들이 그렇기는 하지만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도 초기에는 거의 증상을 모르고 지나가거나 있다 하더라도 병원에 올 생각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우연히 건강검진 후 고혈압을 진단받고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환자가 얘기하는 내용은 거의 비슷하다. 예전에는 운동도 열심히 하고, 체중도 덜 나가고, 술이나 담배도 덜 했는데, 사회생활을 하면서 운동하는 시간도 거의 없고, 잦은 회식에 늘어나는 술, 담배 때문에 체중도 늘고 혈압이 생겼다는 것이다. 일단 운동을 다시 시작하고 체중 조절 하면서 술도 끊고 담배도 끊고 혈압 조절을 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다시 병원에 내원하여 진료받고 그때는 꼭 약을 먹겠다고 약속하지만, 그중 대부분은 몇 달 지나지 않아 뒷목 잡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환자들과 얘기를 해보면 대부분은 고혈압약은 한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해서 약을 일단 먹기 시작하기가 부담스럽다고 한다. 한번 먹으면 끊을 수 없다고 하기 때문에 최대한 미뤘다가 약을 시작하고 싶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앓고 있기에 조금은 친숙한 고혈압, 고혈압은 무엇이고 환자는 무엇을 잘 못 생각하고 있을까?

◆ 고혈압 환자들의 착각? 완치가 아니라 ‘관리’

혈압을 체크하는 여성혈압을 체크하는 여성

고혈압의 진단 기준 중 정상혈압은 120/80mmHg 이하이고, 대게 의미 있게 살펴보는 고혈압의 기준은 수축기 혈압 140mmHg 이상, 이완기 혈압 90mmHg 이상일 때이다.

흔히 질병을 분류할 때, 감기나 배탈과 같은 질병을 급성기 질병이라고 하고, 암과 같은 질병을 중증 질병으로 분류한다. 그리고 고혈압이나 당뇨, 그리고 알레르기 비염과 같은 질병은 만성 질환으로 분류하여 어떤 식으로 관리하고 치료를 할지 구분을 짓는다. 즉 감기 같은 질병은 앓고 지나가면 대부분 낫는다. 물론 또 다른 감기 바이러스가 오면 또 걸리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앓고 치료하고 낫기 때문에 급성기 질병이라고 보면 된다.

암과 같은 질병은 그 질환의 중증도에 따라 환자의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으며 얼마나 빨리 조기에 진단하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중증질환으로 분류하고 관리하게 된다. 대충 단어 뜻만 생각해 봐도 알 수 있다.

고혈압, 당뇨, 알레르기 비염, 간 질환 등을 만성질환이라고 분류한다. 이러한 질병 등의 특징은 완치라는 개념의 접근보다는 관리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고혈압을 완치하여 두 번 다시 고혈압이 재발하지 않고 건강하게 잘 살도록 하는 게 목표라기보다는 혈압이 너무 낮지도 너무 높지도 않아 이에 따른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고, 건강하게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적정 혈압으로 관리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당뇨의 경우에도 저혈당으로 떨어지지 않으며 또한, 고혈당이 되어 정신을 잃어버릴 정도가 되지 않도록 적정혈당이 잘 유지되어 합병증의 발생을 최대한 늦추고 마찬가지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글 = 라아클리닉 이상욱 원장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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