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비만 환자를 치료해온 박용우 박사를 만났다. 시대가 변하면 다이어트법도 변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최적의 방법으로, 최고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관리법을 연구해온 그가 신개념의 다이어트 비법을 제시한다. 신간 <지방 대사 켜는 스위치온 다이어트>를 통해 제안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이 살아온 날이 곧 다이어트 이력이라는 슬픈 ‘다이어터’들에게 구원의 빛이 될 수 있을까?

다이어트에 관한 서적을 지속적으로 출간하고 계십니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다이어트를 하는 것은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무엇 하나 두드러지는 효과를 선사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저칼로리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이 그나마 정답에 가깝다고 여기지만 이 역시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을 이미 많은 이가 알고 있습니다. 시대가 변하고 라이프스타일이 달라지면 다이어트 방법 역시 현실을 반영해 진화하는 것이 맞습니다. 이번 신간에는 제가 30년 동안 연구한 다이어트 방법의 최신지견을 담았습니다.

지방 대사를 켜는 스위치온의 의미는?

현대인이 쉽게 살찌는 것은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대사가 퇴화되었기 때문입니다. 즉 지방 대사가 스위치-오프(Switch-off)된 것입니다. 지방 대사가 제대로 작용하지 않으면 식사량을 아무리 조절하고 운동을 해도 체지방 감량이 힘들지요. 신체의 꺼진 지방 대사를 다시 켜는, 즉 스위치를 온하는 식사법과 운동법을 익히고 이를 잘 지킨다면 3주 만에 다시 지방 대사를 잘하는 몸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왜 3주인가요?

지난 2017년, 한 대기업에서 임직원 건강관리 프로젝트를 담당했습니다. 참가자들의 체중 감량 효과는 상당했으며 저 역시 이 프로그램을 통해 다이어트 방법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기존 프로그램은 4주였는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3주까지 다이어트 방법을 잘 유지한다면 4주 차에 식습관에서 약간의 실수를 해도 실패 확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다이어트의 성패 여부가 ‘3주 차’에서 갈리는 것을 확인했고 이를 바탕으로 지방 대사의 스위치를 켜서 3주 안에 지방을 잘 쓰는 몸으로 만드는 스위치온 프로그램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거의 모든 다이어트에서 요요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스위치온 다이어트는 지방 대사를 개선하기 때문에 다른 다이어트 방법에 비해 요요가 생길 가능성이 적은 것인가요?

요요는 조절기능이 깨진 몸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체중만 줄였을 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인슐린 저항성, 렙틴 저항성이 해결되지 않고 생체리듬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빠진 체중이 금방 원래 수준으로 돌아올 뿐 아니라 처음보다 체지방이 더 늘어나게 됩니다. 특히 무리한 다이어트로 근육 손실이 있었다면 세트포인트가 상향 조정되면서 체지방이 더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스위치온 다이어트는 망가진 조절 기능을 회복시키는 다이어트 방법입니다. 생체리듬이 회복되고, 인슐린 저항성, 렙틴 저항성이 개선되면 세트포인트가 예전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체지방이 저절로 빠집니다. 물론 다이어트 후 수면 부족, 야식, 탄수화물 과잉섭취 등으로 조절기능이 나빠지면 체중이 다시 늘어나겠지요. 하지만 이것은 요요현상이 아니라 ‘재발’입니다. 비만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나쁜 식습관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대기업에서 스위치온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진행했을 때, 참가자들이 근육량 손실 없이 체지방만 평균 4kg 이상 빠지는 성과가 나타났습니다. 이는 틈틈이 섭취하는 단백질 셰이크 덕분일까요?

다이어트를 하면서 근육량을 키우기는 쉽지 않습니다. 근육을 단련하려면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고루 잘 챙겨 먹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스위치온 다이어트는 근육을 늘리기보다는 체지방을 잘 쓰는 몸으로 바꾸는 쪽에 더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아울러 탄수화물 섭취량을 낮추면 근육 손실이 쉽게 생길 수 있어 꾸준한 단백질 섭취를 강조합니다. 현실적으로 단백질 음식을 끼니마다 챙겨 먹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단백질 셰이크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스위치온 다이어트가 건강 증진에도 유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당시 불과 4주 만에 참가 그룹의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간 수치 등이 개선되는 효과를 얻었습니다. 스위치온 다이어트는 다이어트의 끝이 아니라 건강 관리의 시작입니다.

이번 다이어트의 핵심 식단이 저탄수화물ᆞ고단백 식단과 일정 부분 비슷한 것으로 보입니다.

저탄수화물ᆞ고단백ᆞ고지방 다이어트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양질의 단백질과 좋은 지방을 잘 섭취해야겠지요. 여기에 생체리듬 다이어트와 간헐적 다이어트가 더해져 원하는 결과를 더 빠르게 얻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해서 몸이 회복되면 점차 탄수화물 섭취량을 늘리고 단백질과 지방 섭취량을 줄여가며 평생 실천할 수 있는 건강한 식습관으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 2주 차부터 간헐적 단식을 진행합니다.

스위치온 다이어트는 근육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지방을 사용하는 몸으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다이어트 초기에 식사량을 줄이면 근육 손실을 피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단식은 지방 대사의 문이 어느 정도 열렸다고 생각할 때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식단에서 저염을 강조하는데 그렇다면 다이어트 중 모든 음식에 간을 하지 않는 것이 나을까요?

비만 환자는 만성 염증으로 인해 부종이 잘 생기므로 저염식을 통해 부종을 가급적 줄여야 체중감량에 유리합니다. 하지만 무조건 간을 하지 말고 먹으라고 하면 채소나 양질의 단백질 음식을 충분히 먹을 수가 없습니다. 허용 식품을 매 끼니 충분히 섭취할 수 있도록 약간의 양념은 첨가하는 편이 낫습니다. 소금 대신 저염 간장을 사용하거나 두부를 으깨 넣은 양념장을 만들면 나트륨 섭취를 줄일 수 있습니다.

식단 초기부터 코코넛 오일 섭취를 허용합니다. 체내에서 소화 흡수가 빠르다는 중쇄지방산인 코코넛 오일을 먹는 것과 먹지 않는 것과 차이는 무엇인가요? 코코넛 오일 역시 지방인 만큼 열량의 부담이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섭취 칼로리를 줄여서 살을 뺀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스위치온 다이어트에서는 칼로리를 언급하지 않습니다. 좋은 음식을 먹어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에 주안점을 두기 때문이지요. 코코넛 오일은 포화지방이 많지만 중쇄지방산이라 몸에 축적되지 않고 바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다이어트 초기의 공복감을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아무리 다이어트 방법이 좋다고 해도 실행과 성공은 의지 문제인 것 같습니다. 스위치온 다이어트에 대해 알아보니 상당히 일리가 있고 당장 시도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다이어트 내내 실천해야 하는 콜라와 커피 등 카페인 섭취 제한과 탄수화물 조절에 대해 자신이 없습니다. 중독이 심해서 이를 조절할 수 없다면 이 식단으로 체중 감량 효과를 얻을 수 없을까요?

특정 식품이나 성분에 대해 중독이 심하면 전문가의 치료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3주만 실천해 보라는 것입니다. 3주 동안 성공적으로 실천했다면 중독은 아닙니다. 하지만 1주를 버티지 못하고 실패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주 4회 운동, 특히 고강도 인터벌 운동을 하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체중 감량을 위해 근력운동과 유산소운동을 병행하라고 합니다.

물론 유산소운동을 함께 진행해도 됩니다. 하지만 유산소운동에 투자하는 시간의 절반만 더 고강도 인터벌 운동에 할애하면 심폐지구력 향상이나 지방 대사율 증진 등의 효과가 더 빨리 나타납니다. 즉 시간 투자 대비 효율이 높은 것이지요. 주 4~5회 운동을 권하는 것은 매일 운동하면 근육 피로나 근육통 때문에 운동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번 다이어트 시 금주가 필수라고 하셨습니다. 또한 흡연자라면 다이어트를 하면서 금연하는 것이 중요한지 아니면 큰 상관관계가 없는지 궁금합니다.

술을 마시면서 다이어트를 한다고 식사량을 줄이면 근육 손실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근육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스위치온 다이어트의 목표이므로 술은 3주간 절대 마시면 안 됩니다. 흡연자가 담배를 끊으면 체중이 3~5kg 정도 늘기 때문에 금연을 실천하는 동시에 다이어트에 돌입하면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다이어트를 실천하려면 낮-밤 주기가 규칙적이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교대근무를 하는 이는 실행이 다소 힘들 것 같습니다.

교대근무 자체가 생체리듬을 깰 수 있어 실행이 쉽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면시간을 최대한 유지하고 깨어있는 시간 중 10시간 안에만 음식 섭취를 한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동안 중요한 적정 수면에 대해 남성은 최소 6시간, 여성은 최소 7시간 이상 자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일반적으로 수면 부족으로 인해 렙틴 호르몬, 그렐린 호르몬, 인슐린 호르몬의 작동 능력이 떨어지는 정도가 남성보다 여성에서 더 심합니다. 깨어있는 시간 동안 탄수화물을 탐닉하는 증상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여성은 수면의 질도 중요하지만 수면시간을 충분히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이어트를 평생 지속하는 것이 사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이 방법을 통해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인가요? 어떠한 주기로 이를 실천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까요?

물론 개개인에 따른 차이는 있습니다. 스위치온 다이어트는 인슐린 저항성까지 생긴 비만 환자에게 상당히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아주 뚱뚱하지 않은 사람도 가끔 3주 정도 스위치온 다이어트를 하면 더 건강한 몸으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해독 혹은 신체 대청소의 개념으로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다이어트로 빠진 체중이 다시 불거나 허리둘레가 늘어나기 시작할 때 3주 과정을 반복하면 비만한 상태에서 시작했을 때보다 효과가 더 빠르게 나타나면서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다만 당뇨병 환자나 당뇨 치료제를 복용하는 경우에는 저혈당이 올 수 있으므로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하고 약 복용량을 조절한 후 시작해야 합니다.

박용우 박사

강북삼성병원 건강의학본부 홍보실장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임상교수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및 전임의 역임

박용우 리셋클리닉 대표원장 역임

콜롬비아 의과대학 부속 비만연구소 교환 교수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