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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마이크만 잡으면 신이 난다는 '마이크 체질'이기는커녕 "멍석 깔면 하던 짓도 못 한다"는 무대공포증에 시달리는 이들이 꽤 많다. 무대공포증의 정확한 증상명은 '공연 불안 증후군(Performance anxiety)', 즉 수행 불안증으로 특별한 이벤트를 앞두고 심리적 불안을 겪거나, 발표장 또는 무대 위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40%가량이 무대공포증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소 놀라운 사실은 일반인뿐만 아니라 활발히 활동하는 유명 성악가나 연주가, 배우 중 일부도 무대공포증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무대공포증이 있는 남성무대공포증이 있는 남성

무대공포증의 증상은?

발표장이나 무대에 오르기 전, 또는 현장에서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무대공포증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관객과 눈을 맞추기 어렵다.

□ 호흡이 가빠지거나 맥박이 빨라진다.

□ 손바닥에 땀이 차거나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

□ 입안이 마르고 목소리가 흔들린다.

□ 손이나 다리가 떨린다.

□ 위나 장이 예민해져 복통이 생긴다.

□ 발표 내용이나 노래 가사, 대사 등을 잊는다.

극복하는 방법은?

우선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무대공포증을 가진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본인에게 부담이 될 정도로 과도한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극도의 기대는 이에 상응하는 부담감과 실망감을 유발할 수 있다. 동시에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라고 자신의 실력에 대해 의심하지도 말자. 무대공포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능력을 신뢰하는 자신감과 심적 여유 모두가 필요하다.

공연 전에는 무엇보다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라. ‘연습이 완벽을 만든다’는 외국 속담도 있듯 연습만이 정답일 수 있다. 인기 정상에 선 아이돌의 무대를 보면 연습을 거듭해 춤과 사람이 하나가 된 듯한 혼연일체의 모습이 나타난다. 발표를 앞두고 있다면 자다가 일어나서도 이에 대해 말할 수 있을 만큼 관련 내용과 제스처가 나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무대공포증이 있는 어린이무대공포증이 있는 어린이

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사 김윤석 전문의 역시 “연습하지 않고 걱정만 한다면 발표가 매끄러울 수 없다”고 조언한다.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스타 강사도 40분 남짓 강의를 하기 위해 수십, 수백 시간 고민합니다. 중간중간 청중을 향해 던지는 위트 있는 말투, 생각하면서 걷는 듯한 행동, 물을 마시는 타이밍 등도 철저한 사전 계획을 통해 구성할 정도입니다.”

실전처럼 리허설한 후 모니터링 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족이나 친구 또는 동료 앞에서 리허설을 진행한 후 수정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모니터링 해보자. 휴대폰이나 카메라 녹화 기능을 사용해 리허설 과정을 촬영한 후 여러 사람의 피드백을 받으면 더욱 효과적이다.

공연이나 발표를 목전에 두고는 심호흡이나 명상 등으로 심리 상태를 조절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카페인 섭취를 줄이고 좋아하는 음식을 소량 먹거나 껌을 씹는 것도 효과적이다. 평소에 이완 호흡을 연습하면 무대에서 자율신경계를 통해 전달되는 신체 불안 반응을 차단하거나 조절하면서 발표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

발표 시에는 본인이 잘 아는 내용으로 쉽게 시작해야 발표에 대한 자신감이 높아지며 무대공포증을 떨칠 수 있다. 무대공포가 심해 발표 내용을 잊을 것 같다면 대본이나 내용을 요약한 메모지 등을 사전에 준비하는 것이 낫다.

무대 위에서는 행동치료법을 활용해보자. 김윤석 전문의는 “주변에 있는 사람을 나무 막대라고 생각해보라”고 권한다. “청중은 발표하는 사람을 비난하거나 공격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나무 막대처럼 가만히 있을 뿐, 나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니 이를 스스로에게 여러 번 인지시키세요.”

실수에 연연할 필요도 없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무대공포증은 거의 대다수가 겪는 증상이므로 청중 역시 발표하는 이의 실수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실수를 한다면 가볍게 사과하거나 다음 단계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면서 본인 역시 이에 대해 빨리 잊는 것이 상책이다.

무대공포증무대공포증

이도 저도 영 힘들다면 약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김윤석 전문의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도 무대에서 떨리는 증상을 극복할 수 없다면 '프로프라놀롤(Propranolol)'을 단기적으로 투여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프로프라놀롤은 심신에 안정화 작용을 선사하는 베타 차단제 계열 약물로 고혈압, 협심증, 부정맥 등의 치료제이기도 하다. 작용 시간은 개인차가 있지만 보통 행사 30~60분 전에 복용하며, 효과는 4시간가량 지속된다.

마지막으로 무대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사람과 부딪히는 일마저도 두렵다면 '사회불안장애(Social anxiety disorder)'가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사회불안장애의 평생 유병률은 약 0.5%이며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위해서는 약물치료나 행동치료, 인지행동치료 등이 필요하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김윤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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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연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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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서울맑은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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