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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당신에게는 ‘저녁’이 있는가? 퇴근 후 집으로 돌아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운동이나 학원 수강 등 자기개발과 재충전을 할 수 있는 저녁 시간을 ‘사치’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저녁이 없는 삶. 많은 사람들에게 일상이 되어 더 이상 특별할 것도 없는, ‘야근’이 그 이유다.

야간에 불이 켜진 도심의 빌딩야간에 불이 켜진 도심의 빌딩

◆ 야근에 이은 쪽잠, 일상이라고요?

야근에 이은 늦은 귀가는 만성적인 수면 부족으로 이어진다. 특히 서울 외곽에 살며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많은 직장인들의 1시간을 훌쩍 넘기는 통근시간을 생각하면 퇴근이 늦어질수록 수면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지사. 주야 맞교대 등 야간 근로에 종사하는 직업의 경우 수면 부족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지난 4월 28일 방송된 KBS ‘시사기획 창’에서는 한국 사회의 이와 같은 수면 부족 현상을 진단하고 개선점을 모색하는 내용이 방송돼 관심을 모았다. 방송은 “우리 사회는 수면 부족으로 인한 청소년들의 비만화 경향, 야근에 시달리는 근로자들의 생체 리듬 파괴로 인한 각종 질병 등으로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대한수면의학회가 수면으로 인해 발생하는 근로시간 손실비용을 계산한 결과, 근로자 1인당 연간 711시간 31분으로 주 5일 기준으로 하루 평균 2시 40분 정도의 시간손실이 발생하며, 비용손실액은 연평균 1586만 4365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시간의 흐름과 인체 리듬과의 상관 관계를 연구하는 '시간 생물학'의 연구들은 몸 안에 존재하는 이른바 '생체 시계'에 맞춰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않으면 성인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규명한 바 있다.

◆ 야근은 2급 발암물질, 알고 계신가요?

야근이 이미 학계에 의해 ‘2급 발암물질’로 규정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지난 2007년 20년 이상 야간에 작업을 하면 유방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야간 근무를 발암물질 등급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2A'로 정했다. 2급 발암물질에는 납, 자외선, 니트로벤젠, 최루액, 다이옥신, 디클로로메탄 등이 있다.

이밖에도 미국 시애틀 프레드허친슨암연구소가 35~74세 여성 3322명을 조사한 결과 야근이 잦은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진행성 난소암 발병률이 24%, 경계성 난소암 발병률은 49%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호르몬인 멜라토닌(melatonin)은 세포 내 유해산소를 제거하고 발암물질에 의한 세포손상을 막는 역할을 하는데, 계속된 야근으로 빛에 노출되면 멜라토닌 분비량이 줄어드는 대신 에스트로겐이 증가해 생리불순, 유산, 유방암, 난소암, 자궁내막암, 전립선암 등의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 뇌의 피로와 스트레스, 우울증도 증가

야근을 할 때 가장 심하게 혹사당하는 것이 바로 ‘뇌’이다. 뇌는 다른 기관보다 스트레스에 민감해 작은 자극에도 피로를 느껴 뇌세포의 활동이 위축되거나 파괴되며, 결국 뇌의 노화를 촉진시킨다.

야근은 피로와 스트레스의 만성화를 불러 집중력이나 기억력 감소로도 이어진다. 또한 불안, 신경과민, 우울증, 분노, 좌절감, 근심, 걱정, 불안, 성급함, 인내부족 등의 신경질적 증상과 함께 음주와 흡연을 증가시킨다.

우울증에 걸릴 확률 역시 증가한다. 핀란드 직업건강연구소와 런던대학교 연구팀은 영국의 35~55세 공무원 2123명을 대상으로 6년간 이들의 정신 건강을 살펴본 결과, 하루 11시간 이상 근무한 사람은 7~8시간 근무한 사람보다 중증 우울증이 발생한 경우가 2.43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젊고 위계상 직급이 낮은 사람일수록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은 더 높았다.

졸고 있는 사원과 지켜보는 상사졸고 있는 사원과 지켜보는 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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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선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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