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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지난 2008년 11월은 매일 밤을 눈물과 한숨으로 보냈다. 간호 학생에서 간호사로 거듭나는 중요한 달이기도 했지만 이유 모를 두려움이 가득찬 ‘사회’로 내딛는 첫 발걸음이었기 때문이다.

고된 하루가 끝나면 병원 기숙사 지하 매점에서 동기 간호사들끼리 모여 과자도 씹고 다른 간호사도 씹느라(?) 밤이 새는 줄도 모르고 떠들었던 생각이 난다.

“나 오늘 완전 탔어”, “제발 그만 좀 태우지”

그 당시 대화 중 자주 등장하는 말들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병원에서 어떤 것을 태운다는 것인지 쉽게 상상이 가질 않겠지만 ‘탄다’는 단어는 신규 간호사들이 애용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뭐가 탔다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다른 경력 간호사들한테 혼나거나 일이 심각하게 바빴을 경우 육체적, 정신적으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를 가리켜 소위 ‘탔다’라고 표현하는 것.

손씻기손씻기

나는 주로 손 씻기를 제대로 하지 않아 소위 ‘태움’을 당했다. 특히 건강심사평가원에서 실시하는 병원 평가를 시행하는 해에 입사한 ‘행운아(?)’였기 때문에 병원 위생에 대한 규율이 강화된 상태에 신규를 보내게 된 것. 물론 손씻기와 같은 기본 위생은 철저히 지키는 것이 맞지만 모든 업무를 시작하기 전과 후, 환자에서 다른 환자로 옮기기 전과 후에 매번 손씻기를 하기란 쉽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난 환자에서 다른 환자에게 갈 때 가끔 손소독제 바르는 것을 가끔 잊어버렸다. 일을 하다 보면 사소한 상황부터 비상상황까지 중간중간 일이 터지는데 손 씻는 것보다 우선 그 일을 처리하기에 바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원의 명예가 걸린 심평원의 평가에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선 아무리 바빠도 ‘손씻기’는 지켜야 했고 나의 행동 하나하나가 평가 점수에 반영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의료인에겐 가장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손씻기’를 가볍게 여겼던 것 같다. 이에 최근 한 외신에서는 병원 직원들에게 손씻기를 격려하는데 효과적인 방법을 찾았다고 보도해 간호사 시절의 추억을 되새기며 읽게 되었다.

미국 뉴욕의 롱 아일랜드 병원 직원을 대상으로 한 이번 실험은 손을 씻는 장소나 집중 관리실 안의 손살균제가 비치되어 있는 모든 곳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직원들의 손 씻는 습관을 관찰했다. 16주 후 개인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병실에 출입했던 직원들을 평가한 결과, 모든 직원들은 카메라가 설치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손씻는 횟수에 큰 영향을 주진 않았다. 평균 약 6.5%의 직원만이 병실에 출입할 때 10초 이내로 간단히 손을 씻었다.

그러나 두 번째 시도는 달랐다. 손을 잘 씻을 때 “아주 훌륭해요”라는 문구가 나오거나, 손을 더 씻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계속하세요”라는 문구가 나오며 손을 씻는 횟수까지 파악할 수 있는 LED(light-emitting diode)간판을 집중관리실(intensive care unit, I.C.U) 복도에 설치한 것.

간판 설치 후 16주 동안 손을 씻는 횟수가 81.6%나 상승했으며, 18개월이 지난 후 전체 직원의 평균 87.9%가 손을 제대로 씻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칭찬을 고래도 춤추게 한다 했던가. 손 씻기를 격려하는 문구 하나만으로 손 씻는 확률을 전체 병원 직원 중 약 88%까지 높였다는 사실은 병원 측에서도 참고 할만한 결과라 생각한다. 또 손을 대충 씻는 직원에게 조금만 더 씻으라며 격려하는 문구를 보냈을 경우 미쳐 인식하지 못한 손씻기 시간을 인지 시켜 ‘올바른 손씻기 문화’를 정착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지금은 기자로서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지만 아직도 간호사 시절에 생긴 손 씻는 습관은 남아 있다. 조금만 손이 더러워지면 찝찝함을 견딜 수 없어 언제나 닦을 수 있는 물수건을 항상 상비해 다니며, 화장실에서는 볼일 보는 시간보다 손 씻는 시간이 길다. 그 덕분에 비록 손의 피부는 유난히 건조해졌고 자칫 유난스러워 보일 수 있겠지만, '손씻기'는 감염질환을 예방해주고 개인 위생까지 지켜주는 건강에 가장 좋은 습관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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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연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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