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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연로하신 부모님께서 ‘암’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 가족 구성원들은 이 사실을 부모님께 알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을 겪곤 한다. 이럴 때 노인 암환자들에게 암 진단 사실을 알리고 치료 과정에 같이 참여시킬수록, 또 친구들과 교류를 지속할수록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암센터 장대영 교수팀과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윤현숙 교수팀은 2010년 9월부터 1년 동안 한림대성심병원, 춘천성심병원, 강동성심병원의 3개 대학병원에서 암 진단 후 치료 중인 45세 이상 암환자 총 548명(45~59세 271명, 60세 이상 노인 277명)을 대상으로 암환자 삶의 질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 암 진단 및 치료 사실 ‘쉬쉬’하지 말아야

검사결과를보며상담중인의사와노인검사결과를보며상담중인의사와노인

자신의 현재 상태를 알고 암의 치료과정에 대해 만족하는 노인일수록 삶의 질이 더 높았다.
치료과정에 대해 만족하는 노인 암환자들은 자신의 신체적인 상태를 100점 만점에 60점, 심리적인 상태는 76점으로 평가한 반면, 만족하지 못하는 노인들은 신체적으로는 35.8점, 심리적으로는 59.2점으로 평가했다.
이에 대해 장대영 교수는 “성인자녀들이 노부모가 받을 충격을 생각해 암에 걸렸음을 알리지 않기를 바라고 치료와 관련된 사항을 ‘쉬쉬’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노인 암환자들은 치료과정에서 노인 자신이 배제되지 않기를 원하고 있다”면서 “노인 암환자들이 자신의 병명을 정확하게 알고 치료방법과 치료에 따른 증상을 제대로 이해함으로써 치료과정에서 겪는 여러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게 되면 삶의 질이 높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 친구와의 지속적인 교류가 삶의 질 향상에 기여
또한 노인 암환자들 중에서 암을 진단 받기 전과 동일하게 친구와의 교류를 지속하는 사람일수록 삶의 질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친구와의 대화가 충분한 사람은 전반적인 삶의 질을 53.4점으로 평가했으나, 교우관계가 충분하지 못한 사람은 39.2점으로 더 낮았다.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윤현숙 교수는 “암에 걸렸다고 하면 ‘죽음으로 가는 길’로 인식하여 친구와의 만남과 사회 활동을 줄이고, 이로 인해 우울과 고독에 빠져 버리는 노인들을 주변에서 볼 수 있다”면서 “반대로 암을 인생의 길동무로 다스리며 가야 할 만성질환으로 여기고, 암 진단 이전과 동일하게 일상생활과 친구와의 만남을 지속하는 경우 심리적으로 우울에 빠지지도 않고, 신체적으로도 활력을 유지할 수 있어 삶의 질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 성인 암환자 비해 육체적 부담 ↑,  심리적 부담 ↓
노인 암환자들은 자신의 신체적인 상태를 100점 만점에 평균 58.6점으로 평가하고 있어 68.2점으로 평가한 성인 암환자들에 비해 더 나쁘게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심리적인 상태는 노인 암환자들이 73.4점, 성인 암환자들이 67.3점으로 노인 암환자들이 심리적으로 더 안정돼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에 대해 노인 암환자들이 신체적인 모든 기능이 노화된 상태에서 암을 진단 받고 치료를 받게 됨에 따라 몸은 힘들 수 있지만, 가정과 직장에서의 책임과 의무로부터 벗어나 있기 때문에 심적인 부담감은 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암도 만성질환으로 인식하게끔 도와드려야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암 진단기술이 발달되면서 병을 초기에 잡아내고, 진단 후 잘 관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암 진단이 더 이상 사형선고가 아닌 시대에 돌입한 것이다.
장대영 교수는 “의료진과 가족이 노인 암환자들에게 의학의 발전에 따라 암 역시 만성질환처럼 되어가고 있음을 알리고, 질병명과 치료과정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해야 한다”며 “동시에 노인의 의견을 경청하며, 노인 암환자들이 예전과 동일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수명인 81세까지 생존할 경우 3명중 1명은 암에 걸리는 등 암환자의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절실한 때에, 노인 암환자 삶의 질 향상의 지표를 제시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아울러 노인 암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의학적, 사회심리학적 개입 방안을 모색한 연구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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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의학전문기자 |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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