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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부모님께서는 하지정맥류를 치료하지 않고도 잘만 사시던데, 나이 먹으면 저절로 좋아지는 것 아닌가요?”

저절로 치유되는 질병의 종류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물론 심하지 않은 감기와 같은 바이러스성 급성 질환은 저절로 좋아지지만(독감 등 제외), 대부분의 만성질환은 그렇지 않습니다. 하지정맥류 진료를 보면 “예전에 더 심하게 혈관이 튀어나왔었는데 운동하고 좋아졌다” 혹은 “주변에서 추천해준 약 먹고 좋아졌다” 등 민간요법으로 증상이 완화됐다고 하는 환자도 분명히 있습니다.

이러한 민간요법을 통해 스스로 좋아진 것을 경험한 사람은 동의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실제는 민간요법이 효과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연세가 많으신 환자 중에는 왕성한 활동량을 자랑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하지정맥류하지정맥류

일반적으로 75세 이상 고령의 대다수는 활동량이 적습니다. 활동량이 적다는 것은 역류가 그만큼 덜 발생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동맥과 달리 정맥은 자체 압력이 전혀 없기에 혼자서 스스로 순환할 수 없으며, 정맥에 있어서 심장과 같은 펌프 역할을 해주는 것이 바로 장딴지 근육의 수축과 이완 운동입니다.

걷고 움직일 때마다 발생하는 장딴지 근육의 수축, 이완 운동의 힘과 판막의 역류 방지 기능이 더해져서 발끝에서부터 심장까지 혈액이 이동할 수 있는 추진력을 얻는 것입니다. 하지만 하지정맥류가 발생하게 되면, 근펌프운동에 의해 추진력이 발생하더라도 판막이 역류를 방지하지 못해 시간이 지나고 많이 움직일수록 증상이 나빠집니다.

그러한 이유에서 하지정맥류를 진행성 질병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저절로 좋아졌다고 하는 분도 이와 연관이 있습니다. 활동에 제약이 따르는 노약자 및 성격 및 직업적 특성에 따라 활동량 자체가 적은 사람의 경우 중력의 영향을 덜 받고 역류 발생 빈도도 낮아집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다리의 압력이 낮아지면서 자연적으로 혈관의 돌출이 덜 나타나고, 주변 근육 및 신경 등의 조직도 늘어난 정맥으로 인한 압박이 없기에 증상도 심하지 않은 것뿐입니다.

물론, 평생을 가만히 누워만 있거나 편안한 자세에서 다리를 뻗고 휴식을 취한다면 중력의 영향을 덜 받을 것입니다. 그 결과 종아리 근육의 수축, 이완 운동이 발생하지 않는 만큼 하지정맥류는 더 진행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혈관도 덜 튀어나와 보이고 증상도 덜 한 것뿐이지, 하지정맥류가 일상에서 흔히 나타나는 단순 감기처럼 자연 치유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하지정맥류로 인해 혈액이 한자리에 계속해서 고여 있다 보면, 혈액 내 점도가 높아지면서 혈전 및 정맥염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과거보다 혈관도 덜 튀어나와 보이고 부종 및 저림, 당김, 경련, 중압감, 피로감 등의 자각증상이 덜함에도 불구하고 병원을 찾는 노인 환자의 대부분은 급성 정맥염 및 혈전증으로 인한 합병증 때문에 열과 통증이 심하게 나타나 방문합니다.

그리고는 한마디 합니다.
“예전에 이보다 더 심할 때도 아무렇지 않아서 하지정맥류 때문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물도 고여만 있다 보면 썩을 수 있습니다. 혈액도 고여만 있으면 당연히 굳으면서 염증이 나타나고 썩을 수 있습니다. 하지정맥류는 시간이 해결해주는 질병이 아닙니다. 이상 증상을 발견할 때는 병원에서 정확한 진찰을 받고 증상에 알맞은 치료와 처방을 받는 것이 가장 확실한 치료법입니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반동규 원장 (흉부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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