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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사례 1]
올해 33세인 직장 남성 A씨는 항상 피로하다. 대학을 졸업하고 들어간 첫 직장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곳인데, 이곳에서 일한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수면과 운동 부족에 불규칙한 식사패턴으로 생활하다 보니 건강이 많이 상했다고 생각하기는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피로할 뿐만 아니라 체중도 감소하기 시작해 병원을 찾았다. 지난 연말 회식 때와 비교해서 식사량이 줄어들었거나 활동량이 증가한 것도 아닌데 8kg이나 감소한 것이다.

사무실에서 하품하는 남성사무실에서 하품하는 남성

[사례 2]
51세 남성 B씨는 건강검진을 위해 매년 병원을 방문한다. B씨는 “다른 것은 별로 불편하지 않는데 항상 피곤하다”라는 이야기를 한다. 매년 건강검진 결과를 확인해도 별다른 이상 소견이 없지만 본인은 만족스럽지가 않다. 정말로 피로하기 때문이다. 잠을 자고 나서도 개운하지 않고 점심시간이 지나면 항상 노곤한 상태가 지속되는데, 남들은 춘곤증이 아니냐고 하지만 1년 내내 이런 상태가 반복되고 있다.

주변에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직장인, 주부, 학생, 노인 등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 피곤하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과로, 음주, 흡연 그리고 수면부족으로 인해 만성적으로 피로가 지속되고 있다고 하소연을 하는 직장인들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온 국민이 피로한 나라에서 “피로는 간 때문”이라는 광고가 큰 관심을 끌고, 광고에 나오는 노래를 전 국민이 흥얼거리던 현상은 신기한 일이 아닐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의학적으로 ‘만성피로’라고 진단하기 위한 기준은 일반적인 것과는 조금 다르다는 점을 알아두셨으면 합니다. 일상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울 정도의 신체기능 저하, 지속적인 피로감이 6개월 이상 지속될 때 만성적인 피로 ‘환자’라고 간주합니다. 특히, ‘지속적인 피로감’은 충분한 휴식과 수면, 그리고 영양섭취에도 불구하고 회복이 되지 않고 피로가 지속되는 상태를 말하며, 피로가 풀렸다가 회복되는 일이 반복되는 경우에는 병적인 피로라고 보지 않습니다.

어깨를 주무르며 피로를 호소하는 여성어깨를 주무르며 피로를 호소하는 여성

피로에는 원인이 있습니다. 만약, 피로의 원인으로 질환이 확인된다면 그것을 치료하는 것이 첫 번째 치료 목표가 되겠죠. 따라서 피로가 장기간 지속된다면 원인이 될 수 있는 질환을 감별하기 위해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피로를 일으키는 질환들은 당뇨, 갑상선 기능 저하, 간 기능 이상, 신장 기능 이상, 빈혈, 비만 및 고지혈증으로 인한 심장 기능 저하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사례 1]과 같은 젊은 남성의 경우는 결국 당뇨로 진단되었습니다. 초기에 당뇨를 진단하고 약물을 복용함으로써 이 남성은 피로감과 체중감소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질환에 의해서 피로감을 느끼는 경우보다는 특별한 질환이 없는데 만성적으로 피로감이 지속되는 [사례 2]와 같은 경우가 진료실에서는 훨씬 흔합니다. 검사를 통해서 특별한 원인을 발견하지 못한 피로 환자들을 위해 제공하는 처방은 단순합니다. 잠을 잘 자고, 균형 잡힌 식단을 잘 섭취하면서, 적당한 운동을 통해 근육량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수면의 질을 높게 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에 깊은 잠을 잘 수 있어야 하고, 균형 잡힌 식단을 위해서는 규칙적인 시간에 정량을 섭취하며 음주를 줄여야 합니다. 또한 근육량이 늘어나면 같은 활동을 해도 피로도가 훨씬 적어지기 때문에 꾸준한 운동이 필요합니다.

외래에서 피로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피로에는 무엇을 먹는 게 제일 좋아요?”입니다.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몸에 좋다는 것을 찾아서 먹을 생각보다는, 지금 불필요하게 몸에 들어가고 있는 것을 줄일 생각을 먼저 하세요”

술, 담배를 줄이고 자기 전에는 음식, 특히 카페인 음료를 피하면서 하루 6~7시간 정도의 충분한 수면을 유지하며, 지방질과 당분 섭취를 줄인 균형 잡힌 식단을 지속한다면 피로감을 줄일 수 있습니다. 생활습관 교정이라는 적은 노력으로 피로 없이 활기찬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시기를 바랍니다.

<글 =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오범조 조교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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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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