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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어지럼증 사례 #1
제 진료실에 한 중년의 남성이 어지럽다며 찾아왔습니다. 증상은 꽤 오래전부터 발생했고, 대학병원까지 가서 검사해도 특별한 이상은 없다는 말만 듣고 왔다고 했습니다.

어지럼증 사례 #2
한편 40대의 여성은 몇 달 전부터 어지러운데, 병원에 다녀봐도 좋아지는 것을 모르겠다고 진료실을 찾아옵니다.

눈, 귀, 발끝에서 전달된 정보가 뇌에서 적절히 통합될 때는 ‘어지럼증’을 느끼지 못합니다. 반대로, 그 통합 과정의 어디선가 문제가 발생하면 ‘어지럽게 되는 것’입니다.

꾀병으로 오해 받는 만성 어지럼증

어지럼증어지럼증

3개월 이상 지속된 만성 어지럼증으로 찾아오는 환자들은 저마다 어지럼증과 함께한 시간과 사연 및 호소하는 증상이 각양각색입니다. 환자 본인은 어지러워 고통스럽지만, 각종 검사는 특별한 이상이 없으니, 가족이나 지인들로부터 공감받지 못할 때가 많아 힘들어합니다. 때로는 의사들조차도 환자보다는 검사 결과만을 놓고 판결을 내립니다. “당신은 어지러울 이유가 없다”라고 말이죠.

사실 어지러울 이유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어지럼증 사례 #1 - 원인을 ‘만성 당뇨’에서 찾다
예를 들어, 위의 사례에서 중년 남성은 예전부터 당뇨가 있었다고 합니다. 과거 뇌 촬영은 이상 없다고 들었지만, 말초신경 검사를 통해 말초신경병증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쉽게 좋아지지는 않겠지만, 합리적으로 증상을 설명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때가 있습니다.

어지럼증 사례 #2 - 원인을 ‘기립성 저혈압’에서 찾다
또 다른 사례에서, 40대 여성은 서비스업에 종사하면서 서 있는 시간이 많고, 최근 체중감량을 목적으로 식사량을 조금 줄였다고 합니다. 기립경사테이블검사(tilt table test)에서 누웠을 때 보다 일어섰을 때 혈압이 크게 저하되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평소보다 물을 자주 마시도록 하고, 다리 운동을 교육하고, 미도드린(midodrine)이라는 약을 처방하고서 어지럼증이 개선되었습니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어지럼증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많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일반 인구에서 어지럼증을 느끼는 빈도는 20~30% 정도이며, 나이가 들수록 증가한다고 합니다.

검사로 찾기 힘든 어지럼증, 답은 ‘환자’에 있다?

위 사례처럼 만성 어지럼증 환자들은 보통 병원을 한두 군데 이상 다니고, 어지럼증 관련 검사도 해본 경험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검사결과는 뚜렷한 이상이 없다는 겁니다. 사실 바쁜 진료실 환경에서 어지럼증의 내용, 어떤 검사를 했고 결과는 어떠했는지 등을 묻고, 듣고, 또 묻는 과정과 시간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결국 해답은 환자에게 있지요.

만성 어지럼증의 다양한 원인

어지럼증어지럼증

만성 어지럼증은 부정맥, 심부전 등에 기인하는 어지럼증, 뇌혈관의 협착 혹은 뇌 병변에 의한 어지럼증, 갑상선기능 및 전해질 이상으로 인한 어지럼증, 복용 중인 약물에 의한 어지럼증, 불면ㆍ불안 등 심리적인 문제로 인한 어지럼증 등 그 원인이 매우 많아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따라서, 의사로서 고려해야 하는 사항들이 많습니다. 특정 검사를 통해 원인을 찾을 수도 있지만, 검사로는 확인이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여유를 두고, 폭넓은 문진을 해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만성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정확한 진단과 치료법을 제시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치료법이 없는 것은 아니며, 진단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 ‘꾀병’이거나 ‘엄살’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어지럼증과 동반한 청력 소실, 얼굴의 마비 혹은 통증,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복시, 심한 두통 등을 동반할 때는 뇌신경계의 이상 여부를 반드시 살펴보아야 합니다.

대부분의 ‘만성’ 질환이 그렇듯이, 만성 어지럼증 역시 환자와 의사의 신뢰를 바탕으로 꾸준히 경과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만성 어지럼증은 실체가 없는 것이 아니고, ‘공감’에서 시작해야 하며, 치료할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글 = 하이닥 상담의사 김월민 (신경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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