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질환·치료

연말이 되면 평소보다 술자리가 잦아진다. 과도한 음주가 몸에 좋지 않은 줄은 알지만, 정 때문에 또는 체면 때문에 한 잔의 권유를 뿌리치기는 쉽지 않다. 하루가 멀다고 이어지는 연말 술자리 속에서 과연 내 간은 무사할까?

술을 많이 마시면 간에 좋지 않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 국민상식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이상의 술을 마시면 간 질환이 생기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루 평균 30g 이상의 알코올을 섭취하게 될 때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서 알코올 간 질환이 발생하기 쉽다.

음주음주

알코올 30g은 대략 소주(19도) 4잔, 맥주(4.5도) 2캔 반, 막걸리(6도) 2사발 반, 와인(12도) 2잔 반, 양주(40도) 2잔 정도다. 예컨대 일주일에 2-3회 이상, 한번에 소주 1병 이상을 마시거나 일주일에 4~5회 이상, 한번에 생맥주 500cc 2잔 이상을 마신다면 이미 알코올 간 질환이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같은 음주량이라도 매일 마시거나 짧은 시간에 많이 마시는 폭주를 하게 되면 알코올 간 질환의 가능성은 증가하게 된다. 그러나 술을 이보다 적게 마신다고 해서 무조건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흡연하거나 비만한 사람, 같은 날 여러 종류의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알코올 간 질환이 더 잘 생긴다.

문제는 술 때문에 간 질환이 생겼다고 하더라도 뚜렷한 증상이 없다는 사실이다. 간은 ‘침묵의 장기’라 불릴 만큼 다른 장기에 비하여 매우 과묵하며 심각한 상태로 손상된 후에야 비로서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알코올성 지방간의 경우 대부분 증상이 없고 검사를 하지 않으면 이상이 있는지 알 수 없어서 음주를 지속하는 경우가 많다. 윗배가 불편하거나 쉽게 피곤하고 식욕이 떨어지는 등의 증상이 있을 수 있으나 대개 무시하기 쉽고, 심한 간염이나 간경변증이 발생하면 비로소 황달이나 복수, 다리 부종 등의 증상이 나타나므로 뒤늦게 병원을 찾아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알코올 간 질환은 지방간, 간염, 간경변증(간경화) 및 간세포암(간암) 등 음주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간 질환을 일컫는 말이다. 그중에서 알코올성 지방간은 과음하는 사람들의 80~90%에서 발생할 정도로 매우 흔하며 술을 끊으면 정상 간으로 회복이 가능하지만, 음주를 지속하면 10명중 3명이 간경변증으로 진행될 만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는 질환이다.

간경변증은 상처가 오래되면 흉터가 딱딱해지듯이 간 손상이 지속하면 간 섬유화라는 과정을 통해 간이 딱딱해 지는 현상을 말한다. 일단 알코올성 간경변증이 발생하게 되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이나 다름없다. 왜냐하면, 알코올성 간경변증은 ‘간암 밭’이라 불릴 정도로 간세포암의 발병률(7.2~16%)이 높고 병이 깊어지면 1~2년 이내에 반수의 환자가 사망할 정도로 무서운 질환이기 때문이다.

연말 술자리가 늘어나면 간 질환도 당연히 늘어 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술에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와 술을 팍팍한 사회생활의 윤활유쯤으로 받아들이는 국민적 정서의 변화가 필요하다. ‘술잔은 작아도 빠져 죽는다’는 옛 속담이 있다. 소위 술이 세다고 하는 사람들일수록 과도한 음주를 지속하다 어느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위험한 순간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다. 음주 횟수가 잦거나 음주량이 많은 사람들은 별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가까운 병원에서 자신의 간 건강에 대해 점검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글 = 현진해 내과 현일식 원장 (소화기내과 전문의)>

  • 공유하기

    주소 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ctrl + v 를 눌러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하세요.

    확인
    닫기
현일식 시원누리내과의원 전문의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