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28살이 된 미혼 여성입니다.
너무 오래 전이라서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대략 20살 정도에 오른쪽 유방에 정말 작은 무언가가 만져지는 것을 느꼈어요.
동그란 멍울도 아닌 것 같고, 힘줄 같은 애매한 것이 만져지는 것 같았는데 어머니도 만져보시고는 괜찮은 것 같다고 하셨어요.
그렇게 어마어마한 세월이 흐르고 얼마 전 괜스레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오른쪽 유방을 전체적으로 꾹꾹 눌러가며 마사지를 하던 중, 무언가가 만져지던 유두 부근을 수차례 눌러대자 유두에서 갈색 분비물이 팍 하고 터져나왔어요.
너무 놀라서 심장이 멎을 뻔 했고, 다음 날 아침 일찍 개인 유방외과로 달려갔어요. 유방 초음파 결과 양쪽 유방에 혹이 있다고 하셨고, 관내 유두종 이야기를 하셨어요. 다발성으로 관찰이 되는데 크기가 큰 혹들만 (오른쪽 유방에 2cm가 조금 넘는 혹과 왼쪽 유방에 있는 혹) 바늘을 찔러 넣어서 총으로 쏘는 조직검사를 했고, 관내 유두종이라는 결과가 나왔어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학병원에서 유방외과 교수님을 한번 더 뵈었고 촉진을 하시기 전에 유방을 유심히 보시더니 유두가 습진처럼 그렇다고 하시면서 간지럽지는 않은지 물으셨어요. 간지럽지는 않다고 대답했는데 교수님의 그 물음이 괜히 머릿 속에 남아서요.
제가 20살 때 부터 지금까지 유두가 깨끗했던 적이 없어요. 선천적으로 약간 함몰 유두라 늘 피지같은 분비물이 유두를 덮고 있었고 오랫동안 제거해주지 않으면 유두 옆 부분까지 분비물이 딱딱하게 굳어서 붙어있기도 했어요. 유두가 빨갛기도 하고 피가 찬 것만 같은 좁쌀 크기의 수포처럼 생긴 것들이 오돌토돌 자리잡고 있기도 해요. 그 사이로 피지가 지저분하게 끼어있는 것 같아요. 다른 여성분들의 유두를 자세하게 본 적이 없어서 원래 유두가 이렇게 생긴 것이 맞는지 모르겠어요. 수년 전 까지만 해도 매일 그런 것은 아니고 한번 씩 오른쪽 유두 부분이 굉장히 가려웠는데 유두를 벅벅 긁기는 무서워서 참고 내버려두면 기분 나쁘게 얼얼하다고 해야하나 화끈거린다고 해야하나 그랬던 것 같아요. 보통 유두 습진이 있는 사람들은 유두가 많이 가렵고 진물이 난다던데 저는 그런 경우는 아닌 것 같아요. 현재 기억 나는 것으로는 오래 전, 속옷을 착용하지 않고 안감이 기모로 된 잠옷을 입고 있었는데 오른쪽 유두 부분이 옷감에 쓸린 것인지 순간 따끔 하면서 선명한 핏 방울이 정말 말 그대로 딱 한 방울 맺혀서 닦았었네요. 작년 여름에는 동일하게 속옷을 착용하지 않고 잠옷을 입고 있다가 아침에 일어나서 옷을 갈아입는데 우연히 오른쪽 가슴이 닿는 부분에 빨간 핏 자국이 동그랗게 묻어있는 것을 봤어요. 잠결에 유두 부근을 긁어서 상처가 났나보다 생각하고 무시했네요. 속옷에 피가 묻어났던 적은 여지껏 한번도 없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샤워할 때 유두를 자세히 보면 오른쪽 유두에 한번 씩 깨알같은, 점으로 콕 찍어놓은 것 같은 피 딱지가 있는 것을 봤어요.
선생님, 글이 너무 길어서 읽기 힘드시죠? 제가 병원에 다녀온 후로 걱정이 많이 되어서 이것저것 검색을 해 보다가 파제트 병에 대한 어마무시한 글을 읽고 혹시 저한테 해당되는 것은 아닌지 겁도 나고 살이 떨릴 정도로 무서워서 기억이 나는대로 최대한 상세하게 적었어요.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