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헬시라이프

바쁜 현대인들에게 아침식사는 사치가 된지 오래지만, 조선시대에는 아침식사를 의미하는 조반(朝飯)보다 앞서는 초조반(初朝飯) 또는 이른 식사를 의미하는 조반(早飯)이 있었다. 이른 아침 식사를 통해 절대 위장을 ‘빈 속’으로 두지 않은 것이다.

기록에 보면 특히 조선시대 왕실과 관료들이 이런 새벽밥을 챙겨먹었다.
왕실에서는 7시 이전 이른 아침에 초조반상으로, 보양이 되는 죽, 미음, 응이 등과 함께 마른 찬을 준비했고, 관료들은 새벽 5시에서 5시 반에 대궐에서 진행되는 아침 조회에 참석하기 전에 보통 새벽 4시에 일어나 준비하면서 유동식인 죽, 미음, 응이 등을 역시 챙겨 먹었다.

왜 조선은 이른 아침식사로 유동식을 선택했을까.
현대 영양학 관점에서 액체상태의 미음류를 유동식이라 하며, 소화되기 쉬운 죽 종류를 연식이라 구분하는데, 이런 종류의 음식은 대개 곡물만으로 불려 끓이거나, 보양을 위한 다른 재료를 첨가하여 푹 끓여 내기 때문에 위장관의 자극을 줄이고, 쉽게 소화/흡수되어 위 부담을 줄이면서도 영양을 공급해준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영유아의 이유식으로도 이용됐고, 과거뿐만 아니라 현대에서도 위염, 소화불량, 급성감염질환, 고열 등으로 씹거나 삼키기 어려운 환자를 위한 식사대용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현대에도 식사대용이나 환자식으로 이용되는 죽은 곡물을 불리고 갈아 묽게 끓이는 음식이며, 미음은 쌀 분량의 약 10배의 물을 넣어 끓이고, 응이는 곡물의 녹말을 물에 묽게 풀어서 쑨 고운 죽이다.

죽
죽

1. 죽
죽의 기본인 흰죽은 씻어 불린 쌀에 쌀 분량의 6배 물을 넣어 40분간 끓이면 완성된다. 왕실에서는 흰죽과 더불어 잣죽, 흑임자죽 등이 자주 올랐다고 한다. 견과류인 잣은 치매 예방과 두뇌발달, 피부미용, 변비개선 등에 좋고 예부터 정력을 강화하고 심기를 보양하며, 비위를 튼튼하게 하고 기력을 좋게 한다고 전해진다. 흑임자죽는 검은깨를 말하는데 8가지 곡식 중 가장 좋은 것이라 하여 거승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기운을 돋우고, 오장을 윤택하게 하며, 위장을 편안하게 하고, 탈모나 눈이 침침할 때 도움이 된다.

2. 미음
미음은 쌀 분량의 약 10배의 물을 넣어 끓이는데, 보통 죽과는 달리 쌀이 껍질만 남도록 충분히 고아 체에 밭쳐 묽게 낸다. 왕실에서는 차조, 인삼, 대추, 황률을 고아 만든 차조미음과 마른 해삼, 홍합, 우둔고기로 만든 삼합미음을 올렸다고 한다.
차조는 기를 보충하고 이뇨작용, 소화작용을 좋게 하며, 구토증, 딸국질, 설사에 효능이 있다. 차조미음은 깨끗이 씻은 차조, 대추, 황률과 방망이로 두들겨 잘게 부순 인삼을 냄비에 넣어 차조:물을 1:20 비율로 약한 불에서 2시간 정도 푹 끓여 체에 밭쳐 소금간을 해서 먹는다.
삼합미음은 원기를 보충하는 대표적인 재료인 홍합, 해삼, 쇠고기 등을 찹쌀과 함께 끓여 내는 것으로, 홍합과 마른 해삼, 기름기를 제거한 쇠고기를 넣고 물을 부어 충분히 끓이고 난 뒤 찹쌀을 넣고 쌀 알갱이가 퍼질 때까지 끓인 후에 체에 걸러내 먹는다.

3. 응이
응이는 곡물을 갈아 곱게 걸러내고 이를 가라앉혀서 생긴 녹말에 물을 붓고 주걱으로 저어 말갛게 익히는, 한마디로 녹말가루를 묽게 풀어서 쑨 죽이라 보면 된다. 수수응이, 감자응이, 오미자응이, 메밀응이 등이 있는데, 예부터 응이는 위가 약한 사람들에게 장복시키면 위나 장기를 보호한다고 전해진다. 감자응이는 껍질을 벗긴 감자를 물에 한 시간 정도 담근 후 강판에 갈아내고, 이를 냄비에 물과 함께 넣어 고루 저으면서 끓인 것으로 소금으로 간을 해서 먹는다. 오미자응이는 새콤달콤한 오미자를 넣어 끓인 것으로, 심혈관 계통의 생리기능을 조절하고 혈액순환을 좋게 하며, 스트레스 해소, 피로회복, 성기능 등에 좋다. 녹두녹말과 물을 1:5 정도 분량으로 약한 불에서 끓여 말갛게 익으면 오미자물 또는 오미자즙과 꿀(설탕), 소금을 약간 넣고 끓여낸다.

아침을 거르는 습관은 위염, 위궤양 등 각종 위장질환의 원인이 되고, 과식으로 이어져 소화기능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빈 속이 지속되면 영양분을 미리 저장해두려는 비만이 되기 쉽고, 불규칙적인 식사는 장 운동을 방해해 변비로도 발전되며, 젖산 등 피로물질을 생성되어 피로감이 더해질 수 있다.
아침에 바쁘다거나 입맛이 없다는 핑계로 아침식사를 자주 걸렀다면 죽이나 미음, 응이 등 입맛에 맞는 유동식을 준비해 빈 속을 채우는 옛 선인들의 지혜를 따라보는 것은 어떨까.

  • 공유하기

    주소 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ctrl + v 를 눌러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하세요.

    확인
    닫기
김선희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