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좀 더 커 보이게 만드는 스모키 화장이 여전히 인기다.
눈 주위가 짙은 판다 곰도 실제 눈보다 커 보이는 자연산(?) 스모키 화장 효과로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을 보면 대상을 막론하고 ‘커다란 눈’에 대한 로망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 같다.

이런 판다 곰 화장을 한 사람은 우리 병원에서도 늘 만날 수 있었다. 세계유일의 판다 곰 사육장이 있는 중국 사천성 청두 지역 출신인 중국어 통역 직원이 늘 판다곰처럼 화장을 하고 다녔기 때문이다.
검은색 아이섀도가 윗눈꺼풀과 아랫눈썹부위뿐만 아니라 특히 눈초리 뒤쪽까지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화장이라기 보다는 분장에 가까워 이유를 물었더니 ‘큰 키(175cm)와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작은 눈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고 나름의 설명을 한다.

눈이 호수처럼 크고 깊어 보여야 매력적이라는 것은 한국과 중국여성들의 공통적인 심리인 듯하다.
우리를 초빙한 사천성의 성형병원 관계자들은 처음에는 한국 성형외과 의사들의 수술능력에 감탄하는 듯 했다. 그러나 수술은 마술이 아니어서 일정한 회복기간이 필요하다. 아무리 작은 상처도 정상적으로 회복되어 부드러운 상태로 돌아가는 데는 4~6개월여의 시간이 필요하다. 오히려 성격이 급한 중국 환자들한테 시달린 탓인지 관심을 바꾼듯했다. 아마도 한류드라마에 나오는 연예인들이 성형수술로 예뻐진 것이기 보다는 ‘화장술’이라는 복병이 있다는 것을 눈치챈 듯하다.

그래서인지 면세점은 늘 한국 화장품을 사가려는 중국인들로 북새통이다. 그 중에는 우리 병원 통역 직원처럼 색조분장을 진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깊고 넓은 호수 같은 눈도 중요하지만 검은색의 색조화장이 몸에 좋을 리는 없다.
신체에서 가장 얇은 눈 주변 피부 속으로 미세하게 침착될 수 있는 색조화장은 오히려 다크서클의 거무스레한 피부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우리 통역 직원은 요즘에는 색조분장을 하지 않는다.
두어 달 전에 비절개 방법으로 눈매교정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눈을 뜨게 하는 근육의 힘을 강화시켜 검은동자 노출을 증가시키는 수술을 ‘눈매교정수술’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눈의 세로폭이 커지는 효과가 있다.

비절개 눈매교정수술은 말 그대로 윗눈꺼풀 피부에는 절개선이 없다.
대신 윗눈거풀을 뒤집어 결막쪽으로 접근하여 눈을 뜨게 하는 근육을 강화시켜준다. 눈을 뜰 때 작용하는 거근막과 뮬러근은 윗눈거풀의 가장 깊은 쪽에 위치해 있다. 따라서 쌍거풀 라인에 절개선을 만들면 7~8개의 조직층을 지나야만 이 두 근육에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결막쪽에서 접근하면 바로 인접해 있는 위 근육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에 착안하여 개발된 획기적인 수술방법이다.
2010년에 일본의사가 처음 발표한 뒤 한국에서도 이 방법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예전 방법과 달리 절개선이 없어 흉도 없고 회복이 빠르고 결과도 영구적이다.

통역 직원에게는 앞트임을 병행하면서 그 자리로 불룩한 눈 위의 지방도 빼주었다. 뒤트임까지 해주니 정말로 눈이 화장하지 않고도 판다 곰처럼 커졌다.
사천성에서 온 늘씬한 미녀는 이후부터 분장없이 귀여운 판다 곰처럼 변하였다.

<글 = 이정 자연미성형외과 이은정 원장 (성형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