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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시라이프

최근 영국에서 동일한 한 잔의 에스프레스 커피라도 거기에 들어있는 카페인 함량은 같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영국 글래스고 대학 연구팀이 시내 20개 커피숍에서 파는 23mL부터 70mL까지의 다양한 사이즈의 커피의 카페인 함유량을 분석한 결과, 에스프레소 한 잔에 들어있는 카페인의 함량이 판매점에 따라 최대 6배나 차이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스타벅스는 싱글 샷 에스프레소 기준으로 카페인 함량이 51mg으로 가장 적었으며, 한 개인 커피숍의 경우 카페인 함량이 322mg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이렇게 카페인 양이 천차만별임에도 불구하고, 일체의 안내 문구 없이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먼 영국에서 실시된 조사이긴 하지만 국내 사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커피의 카페인 함량이 다른 이유는 커피 콩의 종류나 로스팅 방법,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 블렌딩 스타일 등이 가게마다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카페인은 동전의 양면처럼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데요, 어떤 날은 A라는 질병에 커피가 좋다는 기사나 나오는가 하면, 또 어떤 날은 B라는 질병에 커피가 좋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하는 등 소비자들이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건강한 성인이라면 카페인이 많이 든 커피를 서너 잔 마셨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아기를 가진 임신부나 노약자라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는데요, 전문가들에 따르면 카페인의 효과는 성인의 경우 보통 5시간 가량 지속되지만 30시간까지도 갈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성, 임산부, 어린이, 간 질환을 가진 사람의 경우는 카페인이 몸에 더 오랫동안 잔류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렇기 때문에 세계 각국마다 카페인에 관해 나름의 섭취권고량 기준을 세워놓고 있는데요.
영국식품기준청(The Food Standards Agency, FSA)의 권고에 따르면 임산부의 하루 카페인 섭취량을 200mg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보다 과다한 카페인 섭취는 유산과 신생아 저체중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캐나다는 성인 400mg, 임산부는 300mg, 어린이의 경우는 체중 1kg 당 2.5mg을 기준으로 삼아 제한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EU(영국 제외)는 카페인에 대해 좀더 관대한 편인데요, 임산부에 대해서만 300mg을 상한선으로 두고 있으며, 일본은 별도의 권장량이 없습니다. 

임신부에게 카페인 섭취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하루 4잔 이상의 고용량의 카페인일 경우 일시적으로 혈압을 높이며, 조산, 미숙아출산, 유산 등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임산부는 카페인 분해능력이 일반인들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카페인의 부정적 영향에 더 쉽게 노출 될 수 있습니다.
보통 한 두 잔의 커피는 영향이 없는 것으로 보이긴 하나 태반을 통해 카페인이 전달되는 것은 사실이므로 대부분 의사들은 절제하기를 권합니다.
실제로 미국에서 2008년 실시된 한 연구에 따르면, 하루 200mg 이상의 카페인을 섭취하는 여성은 카페인을 섭취하지 않는 여성과 비교하여 임신 20주 이내의 유산 위험성이 25% 높은 것으로 조사된 적 있습니다.
유산의 기미가 보이는 여성이라면 더욱 카페인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임산부들은 커피 외에도 다른 식품의 카페인 함량도 잘 따져보고 마셔야 합니다.  최근에 보도된 식약청 발표에 따르면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음료에 든 카페인의 경우, 캔커피 74mg, 커피믹스69mg, 콜라 23mg, 녹차(티백 1개 기준) 15mg 등으로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다고 합니다.
또 고카페인 음료로 알려진 에너지음료 중 일부 제품의 카페인 함량은 1캔당 164mg으로 임산부가 2캔 이상 마시면 일일섭취권장량을 초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커피 외에도 녹차, 홍차와 같은 각종 차 종류, 초콜릿, 탄산음료 등에도 카페인이 들어있기 때문에 임산부들은 이와 같은 식품도 조심해야 합니다.

그래도 임산부들 중에는 커피가 너무 마시고 싶어서 못견디겠다고 하소연 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이럴 땐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산부인과 선생님들이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차라리 소량 정도는 마시는 게 좋다고 허락(?)하기도 합니다.
혹시 모를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카페인을 섭취하지 말 것을 권고하지만 먹고 싶은 것을 못 먹어서 생기는 스트레스보다는 차라리 조금 먹는 게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이지요.
소량의 카페인보다 더 나쁜 것은 역시 스트레스입니다.

<글 = 미즈모아산부인과 정호섭 원장 (산부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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